벚꽃은 원래 한참 공부해야하는 중간고사 기간 때 피는거 아니였나? 분명 라떼는 시험공부하다가 때려치고 벚꽃보면서 맥주마시고 놀았는데 말이지...
벚꽃이 순식간에 흐드러지게 펴버리고 말았다. 아직 3월인데도 말이다. 이미 파란색 잎사귀도 삐죽삐죽 올라와있는게 보인다. 아직 4월이 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마냥 예쁘지 않고 이 현상이 나는 좀 불편하다.
벚꽃은 매년 예쁘게 피지만, 올해는 너무 빨리 펴버린게 아닌가 싶다. 목련, 개나리, 벚꽃이 한번에 펴버린 풍경은 화려하고 예쁘긴 하다. 그런데 그에 비해 나비나 벌이 안보인다. 뭔가 향기가 없는 벚꽃이라는 느낌이 든다.
꽃은 곤충에게 먹을거리인 꿀을 제공한다. 곤충은 식물에게 꿀을 얻어가면서 수분을 돕는다. 수분pollination은 식물의 번식을 뜻한다. (수분은 곤충만 하는건 아니다. 바람과 새와 같은 동물도 그 역할을 한다.)
야생벌은 땅속에서 겨울을 보낸다. 땅속의 온도는 기온보다 천천히 올라가기 때문에, 원래는 날씨가 풀리면서 꽃이 피기 시작하고 땅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곤충도 봄이 된 줄 알고 나와 꽃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이번에는 날씨가 급격히 더워지면서 땅이 미처 덥혀지기 전에 꽃이 다 펴버렸다. 아직 꽃이 핀줄 모르고 있는 땅속의 곤충들이 많을거 같다.
꽃이 이렇게 빨리 피고 져버리면, 곤충들은 먹이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 그러면 식물에게도 번식의 기회가 줄어든다. 그러면 열매가 덜 열리고 그 열매를 먹는 동물들의 먹을거리가 줄어든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이나, 곤충들까지 참 살기 팍팍해지는 세상이다. 그렇게 동물, 식물, 곤충의 번식이 줄고 밀도가 줄어들면 인간은 괜찮을까? 우리는 기술이라는게 있으니까?
농작물을 키울 수 있는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정말 벌들이 해주던 일을 하나하나 기술로 대체할 수 있을까? 만약 대체된다 하더라도 그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기 위한 비용이 적지 않을거다. 그니까, 모르긴 몰라도, 이러나 저러나 장바구니 물가는 떨어지기 어려울거 같다.
그래서 나는 이번 벚꽃의 이른 개화가 반갑지 않다. 아니, 오히려 이상하다. 살짝 기괴하다고 해야하나. 환경문제를 다룬 영화는 아니지만 왠지 영화 '서던 리치: 소멸의 땅'에서 본 장면들이 떠올랐다.
아무튼 꽃이 예쁘게 핀건 핀거고, 위와 같은 이유로 걱정이 되긴한다. 난 야생동물도, 곤충도, 식물도 많은 세상에서 맛있는 과일들을 많이 먹으면서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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