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쯤부터 전시회를 종종 다니기 시작했다. 이제는 나름 취미 중 하나를 전시회 관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될 정도로 다닌 듯 하다. 보통 사진이나 그림 전시를 보러다녔다. 작가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일단 전시회 광고를 보면 티켓부터 샀다. 같이 전시를 즐기는 친구가 있어서 더 잘 다녔던 거 같다.
어렸을 때는 스스로 예술에 대해 모른다고 규정하고 경험해보려 하지도 않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 아쉽다만, 그 당시만 해도 벽에 걸린 액자를 보는 행위에 소비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였던 거 같다. 나이가 들면서 여유가 생긴다는데, 나는 그 여유가 나타나는 부분 중 하나가 전시회 관람으로 티가 나는 듯 하다.
처음 전시회를 보러 갈 때에는 사실 전시를 즐길 줄 몰라서 어리둥절의 연속이였던 듯 하다. 나 말고 모든 사람들이 작품을 뜯어보며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기술적인 요소를 알아보는거 같았다. 지금은 안다. 작품을 공부하듯이 보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걸. 올해 마지막으로 즐긴 전시회는 전시회 관람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서, 그걸 좀 적어보려고 한다.
올해 마지막 전시는 이경준 작가의 원스텝어웨이라는 사진전이다. 뉴욕과 서울의 도심에서 찍은 건물과 도심 속 사람들을 멀리서 바라보는 시선을 담았다. 나는 작품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빼곡한 건물들 안에 가득찬 창문들, 창문 하나하나에 담긴 모두 다른 사람들의 삶, 그 각각의 삶에는 아주 크기도 작기도 한 감정들이 있을 것, 점같은 사람들과 감정은 그 순간 뿐이였을 것, 모든 감정과 사건은 다 지나간다는 것, 그 또한 수많은 점 중 하나라는 것, 멀리서 바라보는 시선은 모든 감정과 사건을 작게 만들어준다는 것, 앞으로 살면서 힘들거나 지치는 순간에 이 사진들의 시선처럼 세상을 바라보면 좋겠다는 것
전시회 마지막은 지금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을 종이에 적고 그 종이를 갈아내는 것이였다. 친구랑 종이와 펜을 들고 잠시 고민했다. 고민을 적는게 고민되는 우리가 새삼 감사하고 행복했다. “우리 행복하네?” 라고 말하며 웃은 뒤 무심코 적게 된 내 고민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였다. 그 종이를 분쇄기로 잘라내니, 정말 미래가 두려운 마음이 작아진 것 같다.

나도 이번 전시회 사진 속 사람들처럼 바쁘기도 여유롭기도 한 일상의 순간을 즐기며, 도심을 도심답게 만드는 점으로 잘 살아가고 있으니까. 사진 속 순간이 미래였었고 현재였었고 과거가 된 것 처럼, 내가 두려워 하는 미래도 언젠간 과거가 되어 있을거다. 그리고 그 미래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다. 그러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거다.
전시회는 이렇게 다른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방식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그러니, 전시회를 보러가는건 인생을 조금 더 넓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는 듯 하다. 앞으로도 종종 전시회를 다니며 인생을 다채롭게 살아가야겠다. 나는 전시회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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