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 일기

[12월 글쓰기 챌린지] 올해 새롭게 시작한 취미는?

죠이_죠아햄 2024. 12. 2. 23:27

올해 새롭게 시작한 취미는 스쿠버다이빙이다. 스쿠버다이빙은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대학에 입학하며 처음으로 가입한 동아리도 스쿠버다이빙 동아리였다. 동아리 덕분에 5m 수심의 수영장에 공기통을 메고 들어간 경험은 있지만, 바다에 들어가진 못했다. 언젠가 스쿠버다이빙을 꼭 해보겠다는 마음은 나름 간절했다. 하지만 한시간 남짓한 경험을 위해 꽤 긴 시간과 꽤 비싼 돈을 기꺼이 소비하겠다는 마음보다는 덜했던거 같다. 그렇게 마음 한구석에 넣어두고 친구들의 체험을 전해듣기만 했다. 그러다 나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다이빙을 아주 좋아하는 친구가 여행 가이드를 자처해 같이 가자고 제안해주었던 것이다. 덕분에 필리핀의 말라파스쿠아라는 아주 아름다운 해양환경을 가진 섬으로 다이빙을 갈 수 있었다.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니 정말 설렜고 기다려졌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가서는 한순간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진짜 바다에서는 겁먹을 순간도 아까울거 같았다. 그래서 체험다이빙을 해보고 가라는 친구의 제안에 다이빙풀에서 연습도 했다. 너무 기대감이 커져서 실제로 바다에 들어가면 실망할까봐 너무 기대하진 말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물속의 몸은 가볍고 자유롭다. 팔다리를 원하는대로 휘적거릴 수 있다. 하늘을 나는 것 처럼 원한다면 위아래로 이동할 수 있다. 위아래를 번갈아 보며 빙글빙글 돌 수도 있다. 호흡소리가 크게 들린다. 내가 공기로 숨을 쉬며 산다는게 새삼스러워진다. 내가 내뱉는 공기방울소리에 익숙해지면 숨쉬는 사이사이 산호초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소리는 왠지 탄산음료속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산호소리가 정말 산호가 내는건지 궁금해 가까이 가본다. 수많은 촉수가 끊임없이 펼쳤다 오므라드는것을 반복한다. 산호와 내 마스크 사이로 작은 물고기들이 비늘을 반짝이며 지나간다. 물고기들은 크기도 색깔도 헤엄도 제각각이다. 어떤 물고기는 자신의 자태를 뽐내는 듯 우아하게, 어떤 물고기는 한껏 화난 표정으로 다가오지 말라는 듯 위협적이게, 어떤 물고기는 쳐다보든말든 나는 내 갈길 간다라는 듯 무심하게. 그렇게 바다에 홀린 듯 힘든줄도 모르고 3일동안 12번의 다이빙을 했다.


일도, 주변 사람들도, 여행도 이제는 조금 익숙해져버린 시기였다. 익숙해진 모든 것이 지루하다며, 이제는 새로울것이 없다며 친구와 한탄처럼 들리는 투정을 했었다. 운이 좋게도 이 시기에 스쿠버다이빙을 접했다. 그리고 스쿠버다이빙은 처음 시작하는것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물론 같이간 사람들이 너무너무 좋았던 것도 큰 이유가 되었다. 지금도 출장지에서 물 속 세상을 소개해주는 다큐멘터리를 보며 다이빙하러 가고싶다고 생각중이다. 하고싶다는게 있다는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올해 새롭게 시작한 취미는 앞으로 살면서 나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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