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들리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사고 소식에 새해를 다소 가라앉은 기분으로 맞았다. 할말이 없는 안타까운 사고 소식에 눈물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재밌는 동영상을 보면서 키득대기도 하고, 부모님과 술도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가계부를 정리하며 돈관리를 하고,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며 여느때와 같은 휴일처럼 1월 1일을 보냈다. 그러다가 또다시 사고 관련 뉴스를 보며 눈물을 짓는다. 그럴 때면 잠시 사고 소식을 잊고 즐거워했으면서 또 슬퍼하는 내가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사고소식을 접하지 않는 순간에는 슬프지 않은 내가 위선적인 사람같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가 없는걸 안다. 만약 나의 가까운 친구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러지 말라고 했을테니까. 하지만 순간이라도 스스로 위선적이라고 느꼈다는 건 사실이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안까지 자원봉사활동을 갈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기부하게 되었다. 아주 놀랍게도 작은 금액일지 언정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기부를 떠올리자마자 기부처를 찾아내 결제를 한것이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자 한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였나 싶다. 사고 소식에 우울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넘어서 일상을 사는 내가 스스로 가증스럽다고 생각한 이유는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무력감이 큰 이유였던듯 하다. 슬퍼하는 마음을 뻗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죄송하고 솔직한 마음으로 온전히 유족분들을 위해서만 기부했다고 말할 수 없다. 나는 나를 위해 기부를 했다. 나는 나를 위해 고인이 되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빈다. 나는 나를 위해 유족분들께 위로를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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