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 일기

이 블로그는 내 부캐 zoey의 머릿속이랄까

죠이_죠아햄 2023. 3. 28. 22:21

서른즈음이된 나는 아직도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겠다. 온갖 생각은 많아서 상상으로는 누구보다도 다양한 삶을 살았다고 자신한다. (상상하는걸 잘하고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다.)
 
퇴근하고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켠다. 세상에는 멋진 사람들이 참 많다. 좁은 방에서 세상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부러운 마음과 함께 나는 왜 그렇게 살아오지 못했나 생각하기도 한다. 부러움과 자조적인 감정이 뒤섞이는 매일을 보내다 보니, 이제는 나도 가만히만 있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나 스스로를 알아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떤 유명한 사람이든 나에게 귀감이 되는 모습은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내면이 단단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이 나는 것들을 종이 공책이나 메모장에 써보곤 했다. 언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언제 어떤 감정을 느꼈었는지, 친구들과의 어떤 이야기를 나눴었는지. 그런데, 글씨도 어지럽고(심각한 악필이다) 이 노트 저 노트 옮겨다녀서 나의 생각과 글이 한데 모이지 않고 머릿속 그대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인스타그램 계정 @zoey_liking 을 만들었다. 가장 간편하고, 글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고,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소통도 가능하니까. 이 계정을 만들때도 참 많은 고민을 했다. 인스타 아이디부터 주제까지. 별 의미 없이 짓고 싶기도,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는 이름이고 싶기도 했다. 그러다 나에게 부캐가 있다는걸 새삼 떠올렸다. 이 즈음 평일 저녁 30분 정도 나는 zoey로 불렸다. 전화영어 선생님은 미국 교포분이신데, 내가 하는 말과 생각들 그리고 사진을 보니 zoey라는 이름을 추천하고 싶다고 하셨다. 왠지 그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대화 주제는 정해진거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대화를 했었는데, 선생님은 내가 마음이 따듯하고 의욕적이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고 매일 위로와 응원과 격려를 해주셨다. 수많은 영어이름 중 어떤걸 쓸까 고민하곤 했었는데 zoey라는 이름이 꽤 맘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일 때 불린 이름이라서 그런가보다.
 




@zoey_liking 인스타그램 계정의 피드는 환경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다. 처음에 계정을 채울 때 환경과 관련된 내용을 올리려고 했던건지, 올리다 보니 그렇게 된건지 잘 기억나진 않는다. 그래도 이 계정 덕분에 내가 환경이라는 분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간단한 글과 사진인데도, 모아두고 보니 나름 내용이 있고, 주제가 있고, 기록이 되었다. 그리고 이 계정 덕분에 해수욕장 탄피 줍기 봉사활동도 해보고, 제로웨이스트와 플로깅을 꾸준히 실천하시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이야기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면서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무엇이든 작은것이라도 실천해보는게 인생에 얼마나 큰 의미가 되는지도 알았다.
 
최근에 책을 좀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기억하고 싶은 부분,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잘 정리해서 기록하고 싶었다. 그런 기록을 위해서는 인스타그램이라는 공책이 조금 작게 느껴졌다. 작고 예쁜 공책 같달까? 조금 투박해도 쓰기 편한 넓은 줄공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블로그를 만들었다.
 
앞으로 어떤 내용들로 채워질지 잘 모르겠다. 환경 관련된 것 말고도 그냥 살면서 보고 듣고 읽은 것들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을 기록하고 그것들에 대한 생각을 남길 것 같다. 나중에 내가 '아 나 그 때 무슨 전시회 갔었는데, 그 때 어땠더라.'라고 생각이 들 때 이 블로그에서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도록 이용할거다.
 
솔직히 죠이라는 별명이 조금 낯간지럽기도 하다. 그래도 진짜 이름은 살짝 뒤에 두고,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기록하도록 힘을 준 별명이다. 인스타도 블로그도 잘 작성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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