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본가로 가는 길, 서울에 도착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엄마는 언제나처럼 말한다. "안그래도 전화하려고 했어. 밥은 먹었어?" 집에가서 먹으려고 한다는 내 말에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오늘 아침에 해놓은 밥의 양, 어제 해놓은 콩나물무침과 오늘 아침에 해놓은 가지나물, 열무김치, 배추김치, 상추, 냉동실의 오리고기, 그리고 참외와 오렌지까지. 내가 뭐라 말할 틈도 없이 기억하는 냉장고의 사정을 나열하고 뭐 하나라도 빼놓았을까 고민하셨다. 엄마는 더운 날씨에 무거운 짐을 들고 걷고 있었다.
집에 오면 내 방 침대는 항상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날은 좀 더 특별했다. 침대의 이불이 바뀌어있고 그 위에 엄마의 그림과 새 잠옷이 예쁘게 개어져 있었다. 언제나처럼 잘하고 있다는 응원의 문구와 정성이 가득한 수채화. 비어있는날이 더 많은 딸래미 방에서 딸래미를 생각하며,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잠옷을 골라 주문하고 세탁하고 개어놓으신거다.
다 큰 딸의 저녁반찬 하나 놓칠까 걱정하는, 기꺼이 기쁜마음으로 방을 정리하고 선물을 준비하는, 엄마의 마음을 죽기전에 이해하는 날이 올까. 이 날은 엄마의 무한한 사랑이 유난히도 더 느껴지는 하루였다. 이런 사랑을 받고 있으니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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