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 일기 5

기부

연이어 들리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사고 소식에 새해를 다소 가라앉은 기분으로 맞았다. 할말이 없는 안타까운 사고 소식에 눈물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재밌는 동영상을 보면서 키득대기도 하고, 부모님과 술도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가계부를 정리하며 돈관리를 하고,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며 여느때와 같은 휴일처럼 1월 1일을 보냈다. 그러다가 또다시 사고 관련 뉴스를 보며 눈물을 짓는다. 그럴 때면 잠시 사고 소식을 잊고 즐거워했으면서 또 슬퍼하는 내가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사고소식을 접하지 않는 순간에는 슬프지 않은 내가 위선적인 사람같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가 없는걸 안다. 만약 나의 가까운 친구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러지 말라고 했을테니까. 하지만 순간이라도 스스로..

Z 일기 2025.01.03

엄마

2024년 6월 본가로 가는 길, 서울에 도착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엄마는 언제나처럼 말한다. "안그래도 전화하려고 했어. 밥은 먹었어?" 집에가서 먹으려고 한다는 내 말에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오늘 아침에 해놓은 밥의 양, 어제 해놓은 콩나물무침과 오늘 아침에 해놓은 가지나물, 열무김치, 배추김치, 상추, 냉동실의 오리고기, 그리고 참외와 오렌지까지. 내가 뭐라 말할 틈도 없이 기억하는 냉장고의 사정을 나열하고 뭐 하나라도 빼놓았을까 고민하셨다. 엄마는 더운 날씨에 무거운 짐을 들고 걷고 있었다.  집에 오면 내 방 침대는 항상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날은 좀 더 특별했다. 침대의 이불이 바뀌어있고 그 위에 엄마의 그림과 새 잠옷이 예쁘게 개어져 있었다. 언제나처럼 잘하고 있..

Z 일기 2025.01.01

[12월 글쓰기 챌린지] 올해 새롭게 시작한 취미는?

올해 새롭게 시작한 취미는 스쿠버다이빙이다. 스쿠버다이빙은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대학에 입학하며 처음으로 가입한 동아리도 스쿠버다이빙 동아리였다. 동아리 덕분에 5m 수심의 수영장에 공기통을 메고 들어간 경험은 있지만, 바다에 들어가진 못했다. 언젠가 스쿠버다이빙을 꼭 해보겠다는 마음은 나름 간절했다. 하지만 한시간 남짓한 경험을 위해 꽤 긴 시간과 꽤 비싼 돈을 기꺼이 소비하겠다는 마음보다는 덜했던거 같다. 그렇게 마음 한구석에 넣어두고 친구들의 체험을 전해듣기만 했다. 그러다 나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다이빙을 아주 좋아하는 친구가 여행 가이드를 자처해 같이 가자고 제안해주었던 것이다. 덕분에 필리핀의 말라파스쿠아라는 아주 아름다운 해양환경을 가진 섬으로 다이빙을 갈 수 있었다. 구체적인 계획..

Z 일기 2024.12.02

내가 전시회를 가는 이유

작년쯤부터 전시회를 종종 다니기 시작했다. 이제는 나름 취미 중 하나를 전시회 관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될 정도로 다닌 듯 하다. 보통 사진이나 그림 전시를 보러다녔다. 작가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일단 전시회 광고를 보면 티켓부터 샀다. 같이 전시를 즐기는 친구가 있어서 더 잘 다녔던 거 같다. 어렸을 때는 스스로 예술에 대해 모른다고 규정하고 경험해보려 하지도 않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 아쉽다만, 그 당시만 해도 벽에 걸린 액자를 보는 행위에 소비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였던 거 같다. 나이가 들면서 여유가 생긴다는데, 나는 그 여유가 나타나는 부분 중 하나가 전시회 관람으로 티가 나는 듯 하다. 처음 전시회를 보러 갈 때에는 사실 전시를 즐길 줄 몰라서 어리둥절의 연속이였던 듯 하다. 나 말..

Z 일기 2023.12.29

이 블로그는 내 부캐 zoey의 머릿속이랄까

서른즈음이된 나는 아직도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겠다. 온갖 생각은 많아서 상상으로는 누구보다도 다양한 삶을 살았다고 자신한다. (상상하는걸 잘하고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다.) 퇴근하고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켠다. 세상에는 멋진 사람들이 참 많다. 좁은 방에서 세상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부러운 마음과 함께 나는 왜 그렇게 살아오지 못했나 생각하기도 한다. 부러움과 자조적인 감정이 뒤섞이는 매일을 보내다 보니, 이제는 나도 가만히만 있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나 스스로를 알아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떤 유명한 사람이든 나에게 귀감이 되는 모습은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내면이 단단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이 나는 것들을 종이 공책이나 메..

Z 일기 2023.03.28